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의 바통을 넘겨받다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의 바통을 넘겨받다


 

e스포츠 종사자에게는 큰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프로게이머, 캐스터, 해설자 등 직접적으로 e스포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텔레비전 채널을 돌려가며 틈틈이 e스포츠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도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그것은 e스포츠 = 스타크래프트 리그라는 공식이 오랫동안 깨지지 않는 점이었습니다. 1998년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처음 개최되고, e스포츠라는 용어로 리그가 성장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10년 이상 e스포츠와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동의어였습니다. 그 사이에 다른 게임들이 e스포츠화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카트라이더, 스페셜포스, 임진록, 워크래프트3 등 많은 게임 대회들이 개최되고 일반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 리그처럼 대중적인 관심은 받지 못했습니다. 소리 소문 없이 리그가 종료되고 더 이상 개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일변도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스타크래프트는 훌륭한 게임입니다. 게임이 출시된 지 30여 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각종 온·오프라인 대회가 개최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게임입니다. 스타크래프트가 계속해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습니다. 선수들은 오랫동안 프로게이머로 활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서서히 잦아들었습니다. 팬들은 스타크래프트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이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왜 떨어졌을까?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왜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요?

이 부분에서 e스포츠의 약점이 드러납니다. e스포츠야구, 축구, 농구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게임 자체의 수명입니다. 게임에 무슨 수명이 있느냐고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게임 CD에 녹이 스는 것도 아닐뿐더러, 10년 전, 아니 30년 전에 나온 게임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실행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게임은 지속적으로 발전합니다. 어제 출시된 게임과 내일 출시되는 게임은 다릅니다. 게임 회사는 이전에 출시된 게임들의 장점은 받아들이고 단점은 최대한 지양하려고 합니다. 비슷한 게임을 출시하는 회사들과 경쟁을 하면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경주합니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 출시됩니다. 더 좋은 그래픽과 알기 쉬운 인터페이스, 유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시스템이 구비됩니다. 반면 축구는 시간이 지나도 축구입니다. 경기 규칙은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10년 전 축구와 현재 축구의 차이점은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 뿐입니다. 사람만 바뀔 뿐 축구공은 여전히 그라운드 위에 있습니다. 야구나 농구도 마찬가지입니다.

10년 전에 출시된 게임에 추억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오늘 출시된 게임이 10년 전에 출시된 게임보다 재미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스타크래프트를 했던 사람들은 계속해서 스타크래프트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게임을 접하기 시작한 유저들은 스타크래프트보다 재미있는 게임이 넘쳐나는데 스타크래프트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랜 시간 e스포츠의 기반을 다지고,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의 대중성을 뛰어넘는 게임은 쉽게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순간 스타크래프트의 자리를 대체할 게임이 출시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리그 오브 레전드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시작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시작은 다른 게임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게임사의 후원으로 대회가 개최되었지만 e스포츠로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습니다. 저런 게임이 얼마나 인기를 끌겠느냐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는 스타크래프트의 빛에 가려진 다른 게임들과는 달랐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수가 입소문을 타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출시 초기에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 북미 서버에 접속하는 수고를 해야 했지만 유저들은 개의치 않고 PC방으로 모여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겼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리그 오브 레전드의 대중화로 이어졌습니다.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어느덧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e스포츠 팬들은 기쁨과 동시에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대체할 수 있는 게임이 출시되었다는 것은 e스포츠의 장기적 성장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언젠가 또 다른 게임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자리를 대신하겠지만 e스포츠라는 큰 틀은 오랫동안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었습니다. 하지만 e스포츠 그 자체였던 스타크래프트의 쇠락은 스타크래프트를 보며 자라왔던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어느덧 리그 오브 레전드는 스타크래프트의 바통을 넘겨받고 질주하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단을 운영했던 기업들이 그대로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을 운영하고, 캐스터와 해설자는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유닛을 외치는 대신 리그 오브 레전드에 나오는 챔피언을 외치게 되었습니다. 경기마다 경기장은 팬들로 가득합니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온라인을 통해 전파되고 여러 이야기들이 파생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은 다른 스포츠를 포함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오랜 시간 동안 e스포츠로서 팬들의 사랑을 받기를 바랍니다. 스타크래프트의 흥망성쇠를 반면교사로 삼아 오랫동안 지속되는 게임으로 만들 방법을 고심하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e스포츠는 더욱 성장하고, 저변도 넓어질 것입니다.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대우는 점점 나아지고 환경도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또 다른 새로운 게임에 바통을 넘겨줄 때까지 e스포츠 성장에 밑거름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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