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은 야구를 하고, 인도는 크리켓을 할까?

왜 한국은 야구를 하고, 인도는 크리켓을 할까?


 

'크리켓'이라는 스포츠를 들어 본 적 있나요? 야구와 비슷하게,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방망이로 치는 경기예요. 크리켓은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에 포함된 정식 종목 중 하나였어요. 크리켓은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를 즐기는 사람도 적었고, 정식 경기장도 없었어요. 그래서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서야 처음 대표선수들을 선발하고 경기장도 지었다고 해요. 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적은 수의 관중들만 경기장을 찾았고요. 그런데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인들이 야구 경기에 관심을 갖는 사이,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크리켓 경기에 열광했대요. 아시아의 전통 스포츠도 아닌데, 왜 한국은 야구를, 인도와 그 주변 나라들은 크리켓을 좋아하게 된 걸까요?

옛날에 유럽의 나라들이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만들었다는 얘기들어 봤지요? 특히 영국은 거의 모든 대륙에 가서 자원을 빼앗고 사람들을 부려 먹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언어나 음식 같은 문화도 함께 전해지겠지요? 놀이도 마찬가지예요. 영국 사람들이 즐기던 공놀이 중 하나였던 크리켓도 영국인들이 가는 곳을 따라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어요. 그런데 똑같은 음식이라도 풍토에 따라 재료와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크리켓도 지역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발전했어요.

영국의 오랜 식민지 중 하나였던 인도를 볼까요? 영국인들은 인도인들을 영국식 생각과 생활 방식으로 길들이기 위해 크리켓을 이용했대요. '크리켓을 하면 당신들도 우리처럼 강해지고 발전할 수 있을 거요!'라는 식으로요. 인도의 상류층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크리켓을 배웠어요. 크리켓을 하면 마치 자신도 지배자인 영국 사람이 된 거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영국에 맞서 인도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도 크리켓을 열심히 했다고 해요. 매년 영국과 벌이는 크리켓 대결에서 이겨서 침략자인 영국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 주고 싶었던 거지요. 이렇게 영국의 지배를 받으며 그들을 동경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는 사이, 크리켓은 점차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스포츠가 됐고, 인도의 대표적인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어요.

반대로 또 다른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에서 크리켓은 찬밥 신세였어요. 미국은 주로 영국과 유럽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세운 나라잖아요. 그런데 영국이나 유럽을 그리워하는 사람보다 새로운 자기 나라 '미국'에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해요. 그런 미국인들에게 크리켓은 '너무 영국스러운' 문화였어요. 그래서 크리켓과 비슷한 공놀이를 자기네들 방식으로 바꾸어서 '야구'를 만들었어요. 크리켓을 고리타분한 골동품처럼 취급하는 한편, 야구는 '신대륙 미국의 열정'을 상징한다고 자랑하면서요. 똑같은 스포츠가 인도에서는 대표 문화가 된 반면, 미국에서는 새로운 스포츠로 변한 거지요.

이렇게 태어난 야구는 1905년 선교사 질레트를 통해 한국에 처음 들어왔어요. 그 후 일본 제국주의 지배 아래서 일본 야구의 영향도 많이 받았지요. 이미 1870년대부터 미국에서 야구를 들여온 일본은 앞선 실력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인도가 영국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한국도 일본에게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100년 동안 야구를 발전시켜 왔어요. 그 결과 인도의 크리켓처럼 야구도 한국 문화의 일부가된 거예요.

스포츠는 지금도 계속 움직이는 중이에요. 마치 발이 달린 것처럼 요!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크리켓을 즐기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공부나 일을 하러 건너와 정착하면서 크리켓 문화를 키워 가고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영국의 크리켓이 인도를 대표하는 스포츠가 되고, 미국에서 야구로 새로 태어난 것처럼, 언젠가 '한국형' 크리켓을 만나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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